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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미중러 뛰어넘는 'K-아프리카 전략' 짜야
관리자 2025.04.3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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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미중러 뛰어넘는 'K-아프리카 전략' 짜야

송고2025-04-29 07:00

송고 2025년04월29일 07시00분

김광수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장

김광수 소장
김광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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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우리 정부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이전에도 아프리카와 관계를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06년 11월 '상호이해 증진과 새로운 협력관계 및 발전방안'을 위해 제1차 한·아프리카 포럼(Korea Africa Forum·KOAF)을 하고, '2006 서울 선언' 이후 2022년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KOAF를 열었다. 경제적으로는 대한민국의 경제개발 경험 전수, 자원개발 협력, 국내기업의 시장진출 지원 등을 위해 한-아프리카 경제협력(Korea Africa Economic Cooperation : KOAFEC) 장관급 회의를 2006년부터 진행해 2023년 부산에서 제7차 회의가 열렸다.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구축해온 아프리카와의 협력관계를 교류와 협력의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한국과 아프리카가 함께 만드는 미래: 동반 성장, 지속 가능성, 그리고 연대'라는 주제로 지난해 6월 4일부터 5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다. 정상회의는 부상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경제적·전략적·지정학적 가치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對)아프리카 진출 전략 수립을 위한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지난해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후 새로운 대(對)아프리카 전략 수립을 위해 주요 강대국의 아프리카 진출 전략을 고찰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국내의 여론과 반(反)프랑스 정서로 인해 과거와 비교하면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정상회담과 아프리카 방문을 통해 아프리카 진출을 가속하고 있다.

중국은 2000년부터 3년마다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Forum on China-Africa Cooperation·FOCAC)을 하고 있다. 지난해는 베이징에서 제9차 회의를 열었다. FOCAC는 명실공히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세계 속에서 중국의 경제적·지정학적 목적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함께 확실한 메시지를 지속해서 보여줬다. 2020년 이후 중국의 대(對)아프리카 전략은 미·중 대결 속에서 패권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의 발전은 아프리카에 대한 세계의 소외 또는 주변부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냉전 종식과 구소련 붕괴 이후 유럽과 서구의 이탈로 생긴 아프리카 공백을 메웠다. 결과적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

미국은 2014년 정상회담 이후 8년 만인 2022년에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응은 너무 늦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면 미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는 원조와 투자 모두 미국의 관점에서 결정했다. 아프리카의 의도는 반영되지 않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국제개발처(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USAID)의 원조를 중단하고 관세 부과 조치로 인해 아프리카성장기회법(African Growth and Opportunity Act·AGOA)을 통해 미국 시장에 무관세로 진출하던 아프리카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가까운 시일 안에 트럼프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서 아프리카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러시아는 2019년과 2023년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여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국가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자원 확보와 무기 시장을 개척하고, 조건 없이 아프리카를 지원해 아프리카 문제에 대한 아프리카식 해결책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3년 조사에선 말리, 부르키나파소, 보츠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토고, 우간다, 짐바브웨 등이 러시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러시아의 영향력이 증가했다.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5년 '아프리카의 해'를 선언하고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방문한 이후 아프리카의 주요 파트너로 성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금까지 아프리카 30개국을 방문했다. 중동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핵심 국가가 되려는 야망을 갖고 있다. 튀르키예 아프리카 대사관은 2009년 12곳에서 2021년 42곳으로, 무역 규모는 2003년 55억달러에서 2020년 260억달러로 각각 증가했다.

인도는 2023년 1월 아시아,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사우스정상회의(Voice of Global South Summit·VOGSS)를 주최하고 아프리카 48개국을 초청했다. 1996년부터 2022년 3월까지 인도의 아프리카 누적 투자액은 약 739억달러로 아프리카의 주요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중동의 부국(富國)인 아랍에미리트는 최근 아프리카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중국의 투자가 주춤하고, 정치·군사적으론 미국·프랑스의 영향력이 줄어든 틈을 타 공략하고 있다. 두바이는 아프리카의 무역 교두보로 부상하고 있다. '두바이는 이제 아프리카인들에게 뉴욕이다'라는 표현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프리카에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러시아, 인도, 아랍에미리트가 2009년 출범한 브릭스(BRICS)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브릭스는 2023년 8월 22∼24일 제15차 정상회의를 열고 '요하네스버그 Ⅱ 선언문'을 채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6개국의 가입을 승인하고, 2024년부터 11개국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브릭스 우호국' 또는 '브릭스 플러스' 등의 형태로 더 많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을 끌어안겠다는 전략을 갖고서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 무역, 원조를 확대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들 국가는 정상은 물론 고위급 인사의 아프리카 방문을 지속해서 하고 있다. 2023년 미·중·러의 장관들이 아프리카를 앞다퉈 방문하면서 아프리카는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2021년 케냐, 세네갈, 나이지리아를 시작으로 2022년에는 모로코, 알제리, 남아공, 콩고민주공화국, 르완다를 순방했다. 2023년에 이어 2024년 1월에도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 카보베르데, 앙골라 등 서부 아프리카 국가들을 잇달아 방문하며 아프리카 외교 행보를 이어갔다.

중국은 1991년 이후 외교부장이 매년 초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외교 전통을 이어오며 아프리카와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5년에는 왕이 외교부장이 나이지리아, 나미비아, 차드, 콩고공화국 등 서부·중부 아프리카 국가들을 방문했다.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한 아프리카의 전략적·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외교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07년 이후 중국 고위급 인사가 방문하지 않은 아프리카 국가는 남수단, 리비아, 레소토, 모리타니, 소말리아, 에스와티니 등 6개국에 불과하다. 반면 나이지리아, 남아공, 이집트,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등 주요 거점 국가는 5회 이상 방문하며 전략적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등 강대국의 아프리카 진출을 긍정적인 외부의 영향으로 인식하고 있다. 자신들이 이익을 위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성과를 내기 위해 우리 정부는 더 적극적인 후속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 이제는 정상회의 성과를 구체화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보여 준 아프리카 국가의 중요성은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아프리카는 이제 국제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또, 아프리카 국가들은 오랜 식민 지배와 독립 이후 겪은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진정성과 차별성을 갖고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분석·보완하고, 정상회담을 정례화해야 한다. 중국, 미국, 러시아, 인도 등이 주도한 정상회담과 차별적인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다원적인 아프리카의 요구를 충당할 수 있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맞춤형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시장과 자원 확보, 국제사회의 지지, 기후변화와 난민, 식량안보, 신재생에너지 개발·투자 등을 비롯해 한국과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회를 알릴 수 있는 한국과 아프리카의 지속 가능한 협력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 부정기적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급 관료의 아프리카 방문을 통해 교류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와 우리는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아프리카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인도주의적 지원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진출해야 할 국가, 지역, 분야 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분야별 주요국의 대(對)아프리카 전략, 아프리카 국가와 관계, 주요국 간 이해의 충돌 및 협력 상황을 분석하고 지정학적 역학 관계를 고려해 방문할 국가와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에 관한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 아프리카학 연구는 소외학문이다. 특수지역학 분야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아프리카 정책결정 과정에 아프리카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한다. 2006년 제1차 한·아프리카 포럼(KOAF) 개최 당시에는 아프리카 학자들이 초청되지 않았고, 단순히 정치·경제 전공자들이 논의를 주도했다. 현재도 아프리카 관련 정책 결정이나 각종 행사가 아프리카 전문가의 참여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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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수 교수

현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장, 남아프리카공화국 노스웨스트대 박사, 저서 '서아프리카 역사 이해' 등 45권 집필, 한국연구재단·한국국제협력단(KOICA)·문체부·외교부 등 각종 기관의 강의·연구자로 활동.

afrikaans@hufs.ac.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4/29 07:00 송고 2025년04월29일 07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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